양심~ 부정한 현행범 여인을 끌어왔다. 법에 박식함에도 어떻게 징계할지 묻는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니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부터 하나씩 자리를 떴다. 그러나 잠시다. 오늘 이런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을 사람이 꽤 있다. 한쪽에 치우쳐 자신만 옳단다. 선택적 양심으로 소리치고 분노하고 공격한다.거울에 낯익은 모습 비치니 부끄럽고 염치없다.
걷고~ 칠궁을 지나 청와대 뒤편을 둘러봤다. 경복궁과 비교하면 덕수궁 돌담길처럼 담벼락이 낮아 보인다. 담 주변으로 길이 났고, 또 다른 작은 길과 보호구역으로 둘러싸였다.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남산과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볼수록 명당답다. 나무들이 그늘이 되고 시설물을 적절히 가려준다. 이곳을 오가며 수많은 상념과 결단으로 그분들이 역사를 이뤘겠다. 왕을 낳은 여인들과 헬기장처럼 주인 잃은 곳곳이 옛날이 됐다.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일할 수 있을 때 일할 수 있는 오늘이 복이다.
근/산~가까운 산에 모처럼 홀로 왔다. 조금 올라왔는데도 땀은 쉽게 눈 앞을 가린다. 국민이 주인이라 그런지 그 많던 요원들은 볼 수 없다. 곳곳의 시시티브이는 여전하다. 긴장 잃은 공간은 예측 불능이다. 수많은 청춘이 밤낮없이 일했는데 한순간 무의미해졌다. 총알을 훈장처럼 품고 있는 나무는 힘 있고 푸르다. 궂은 세월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그곳을 지킨다. 괜한 땀은 없다. 걷고 쉬다 내디디면 끝은 온다.
가고오고~ 반복된 만남과 이별에 무덤덤 해져갔던 시간이 있었다. 타향살이의 일상에 적응된 것이다. 말처럼 삶이 쉽지 않으니 그러려니를 배우고 있다. 함께 한다는 것은 더 살펴보게 한다. 가고 왔다. 부끄럽지 않고 복되길. 더하기와 빼기에 익숙해져 가는 삶에 기꺼이 나눠주신 분들이 계시니 살만하다.
행복~ 신상 신발을 신고 산에 올랐다. 숨겨진 비경이란다. 바위는 세월을 품고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 험함을 견뎌내고 있기에 명물들이다. 조심조심 산에 올랐고 시원한 물도 마셨다. 소소하게 행복하다. 빚진 인생이다. 비둔해지고 있지만 숨은벽같은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다. 보실꺼다.